말이 권력을 결정한다

주식 : 말과 권력의 관계를 꿰뚫어 본 정치가가 키케로다. 단적으로, ‘이상적 연설가(orator perfectus)’를 이상적인 정치가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의 말이다.

카지노 : “내가 찾고 있는 사람은 법정에서 같은 소리만 맴맴 대는 어떤 자도 아니네. 목청만 돋우는 자도 아니네. 돈만 챙기는 삼류 변호사도 아니네. 내가 진실로 이런 사람을 찾고 있네. (…)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아니라 연설가라는 이름을 ‘갑옷과 방패’로 삼아 자신을 지키면서 적들이 던지는 창과 화살 사이를 유유히 누빌 수 있는 사람이네. ‘말’이라는 창으로 사악한 자의 기만과 범죄를 만천하에 드러내어 시민들이 증오하고 그들을 단죄하게 만드는 사람이네. 자신에게 주어진 ‘지성’을 방패로 삼아서 무구한 사람을 재판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네. 삶의 무기력에 좌절하고 갈팡질팡 방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정신을 차리게 하고 원래 있어야 할 자리와 본래 가야 할 길로 가도록 만들 줄 아는 사람이네. 간악한 무리에게는 분노의 불길을 타오르게 하고, 선량한 사람에게 타오른 분노는 부드럽게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네. 살아가면서 부딪히고 밀려오는 온갖 사건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디로 이끌든지, 그들의 마음을 고양시키고 싶으면 고양시키고, 부드럽게 가라앉히고 싶으면 가라앉힐 줄 아는 사람이네.”(<연설가에 대하여> 1권 202장)

소위 ‘말 잘하는 사람’을 키케로는 전면으로 내세운다. 이는 말의 힘보다는 지성의 힘을 강조했던 플라톤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플라톤은 철인왕을 이상적인 정치가로 보았기 때문이다. 키케로가 이렇게 자신이 추종했던 플라톤과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권력이 말에 의해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설득을 통해 표를 많이 얻는 선거로 권력이 결정되는 민주주의에서는 말이 권력을 결정하기에 그렇다. 서양의 지성사에서 주로는 철학과 신학, 가끔은 정치학과 자연학의 숱한 비판과 공격에도 수사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실은 말이 가진 이와 같은 정치·사회적인 기능 덕분이다.

안재원의 말의 힘 구독 구독중

잠시 생각을 멈추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말이 아니라 사람을 뽑으니까

바람난 생각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1이메일 인증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다음에 하겠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에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1이메일 인증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 인증 후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구독 완료됩니다.

다음에 하겠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계속 구독하기 주요기사 조국. 윤대통령에 ‘민심 수용 10계명’…“음주 자제·극우 유튜브 시청 금지·김건희 특검 수용…” “우린 무능한 조폭, 저들은 유능한 양아치”···국민의힘 낙선자 등 ‘세력화’ 뉴진스의 어도어 ‘민희진의 난’ 촉각 김경율 “한동훈 백수 상태지만 금요일 전화해 월요일 오찬 초청은 이해 안 돼” 양식장서 권고사직 당하자 물 빼 광어 400마리 폐사시킨 50대 오늘의 퀴즈를 풀고 내공을 쌓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