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초 노리는 빅테크 코끼리들의 ‘디지털 지구’

[더BR] 스토리테크 전쟁. 류현정 지음/리더스북

채선주 “크로스 미디어 현상의 가장 명료한 설명…K 생태계 가감없는 기술”
윤종록 “데이터 대항해시대, 재편되는 콘텐츠 비즈니스 미래 보여주는 책”

ai주식/주식ai :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제 길을 찾으려면 ‘생각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독서만한 게 없다고 하지만 하루 평균 160권(전자책 제외) 이상의 신간이 나오는 정보홍수의 시대입니다. ‘생각하는 법’에 집중하는 더피알이주목해야 할 인사이트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기획연재 ‘THE PR Book Review(더BR)’입니다. [편집자주]

주식 : 더피알=김병주 기자 | 한국인의 유튜브 사랑은 한 달 사용 시간으로 나타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분석 결과 2023년 10월 기준 한국인들이 유튜브에 한 달간 머문 시간은 1044억 분, 햇수로 따지면 19만8630년 정도다. 이는 유튜브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증한 사용시간을 숏폼 콘텐츠의 과감한 전면 배치로 지켜낸 성과 중 일부다.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 스토리텔링인 만큼, ‘스토리에 꽂히는 인간’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의 가장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은 수많은 거대 기업을 끌어들였다. 특히 물리적 지구보다 디지털 지구가 훨씬 커진 현재,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 전 과정에서 기술과 데이터로 무장한 IT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며 ‘주목’(Attention)과 ‘고객 유지’(Reten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콘텐츠 비즈니스 전략으로 고객 유지 전장에 뛰어들었다. “수면도 우리의 경쟁자”라 말한 스트리밍 제왕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로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선 한편 유튜브는 애드 프리 전략으로 수천만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다. 클라우드를 선점한 아마존이 콘텐츠로 회원을 묶어두는 공격적인 번들 플레이에 나서자 쿠팡은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의 공세에 제대로 당한 할리우드의 전통 강자인 디즈니는 업계 최대 규모의 무차별 인수 합병 전략으로 대응에 나섰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원소스 멀티유즈(OSMU)의 끝판왕인 웹소설·웹툰 생태계에서 연이어 글로벌 히트작을 탄생시키는 K모델을 만들면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스토리테크 전쟁』은 끝없이 진화하는 콘텐츠 비즈니스를 놓고 다투는 현대 기술 기업은 이른바 플랫폼 기업으로서 사용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많이, 오래 만드는 데 사활이 달렸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저자 류현정은 실리콘밸리 특파원 출신 IT 전문 기자로 20년간 일하고 국내 최대 테크 콘퍼런스인 ‘스마트클라우드쇼’를 기획하면서 ‘현대 스토리 비즈니스 전쟁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지’, ‘이 판을 어떻게 읽어야 하며 판을 바꾸는 새로운 변수는 무엇인지’ 물음을 던졌다고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인 이 책은 수년간의 집요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국경이 사라진 글로벌 미디어 현장에서 빅테크와 할리우드, K 콘텐츠를 아우르는 각 기업의 전략과 행보, 향후 이슈까지 총망라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가 출현으로 또 한 번 뒤바뀔 콘텐츠 산업의 미래까지도 조망하며 스토리 비즈니스의 전술서로서 가치를 더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을 지낸 윤종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스토리테크 전쟁』에 대해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으나 더 강한 힘을 발휘하는 ICT의 변화를 추적해온 베테랑 기자만이 가능한 정교한 분석과 스토리텔링의 집합체”라며 “새롭게 재편되는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를 미리 당겨보고 싶은 자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대항해시대 이후 500년 만에 ‘데이터 대항해시대’가 열렸다”고 단언한 윤 전 차관은 “새로운 패권자는 튼튼한 배를 가진 하드파워의 강자가 아니라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 게임의 승자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지낸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정책 대표는 “이 책의 주장대로 스토리와 테크는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세계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번 확인하고 있다”며 “기술이 가져온 글로벌 크로스 미디어 현상의 실체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한 책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채 대표는 “K 기업이 주도하는 스토리 제작 생태계의 높은 잠재력에 주목하고 강점과 보완점까지 가감 없이 기술한 점도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책 속으로

플랫폼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사용자 모집(모객)과 사용자의 체류 시간 확대다. 모객과 체류 시간 확대를 고민하다 보면 스토리 비즈니스에 당도하게 돼 있다. 스토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어텐션 도구’이고 어텐션은 곧 돈이다. 어텐션은 제품 판매나 광고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프롤로그_만인에 대한 만인의 스토리 전쟁이 시작되다」중에서

전통 플레이어에 비(非)전통 플레이어가 가세한 현대 스토리 비즈니스 지형은 매우 복잡하다. 이 책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스토리 전쟁’이 된 거대한 스토리 산업의 흐름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분석 틀로 할리우드 모델, 실리콘밸리 모델, K 모델을 제시한다.

—「챕터1_스토리 산업의 권력 대이동」중에서

2019년 11월 디즈니+를 출시한 후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에서만 최소 100억 달러(약 12조 원)가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 디즈니가 운영하는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의 광고 제외 상품도 기존 대비 20% 인상된 월 17.99달러(약 2만 3,000원)를 받기로 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디즈니가 출혈경쟁을 상당 부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지난 3년간의 스트리밍 전쟁에서 밝혀진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돈 먹는 하마’이며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간 출혈경쟁 때문에 콘텐츠 제작 비용만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챕터2_할리우드 모델의 좌절」중에서

이제 스트리밍 전쟁의 승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졌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넷플릭스만 5억 5,000만 달러(약 7,000억 원)의 흑자가 났다. (…) 넷플릭스의 성공은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방송의 종말이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챕터3_스트리밍 3년 전쟁의 승자」중에서

인터넷 접속도 가능하고 유튜브 앱도 설치할 수 있는 스마트 TV가 확산되자, 유튜브가 빅 스크린 시장의 파이 일부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유튜브는 2023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튜브 브랜드 캐스트 행사에서 TV로 유튜브를 시청하면 건너뛰기 할 수 없는 ‘30초 광고’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고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 대형 기업의 광고 물량을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챕터4_‘광고 블랙홀’ 알고리즘 공장의 출현」중에서

애플, 아마존, 쿠팡의 스토리 비즈니스는 즉각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하지 않지만, 회사의 핵심 사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수익 창출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한다. 이를 설명해주는 용어가 ‘플라이휠(flywheel)’이다. (…) 자신들의 플라이휠 가동에 확실히 도움이 되면 〈반지의 제왕〉 같은 드라마 제작에 시즌 당 4억 달러 이상을 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챕터5_스토리로 수익을 내지 않는 기업들」중에서

한국에서 매우 새롭고 주목할 만한 스토리 제작 모델이 탄생하고 있다. ‘웹툰·웹소설 원작 → 드라마 제작사의 판권 매입 → 스트리밍 서비스에 드라마 공급 → 지식재산권 매출 다각화’라는 스토리 제작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챕터6_게임 체인저 K 스토리 모델의 등장」중에서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국내 기업은 바로 삼성전자와 LG전자다. (…) 3~4년 전부터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기기를 판매한 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돈을 벌어들이는 것처럼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 TV를 팔면서 기기 판매 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화,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 채널에 광고를 붙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운영 중인 ‘삼성TV플러스’와 LG전자가 운영 중인 ‘LG채널’의 하위 채널만 각각 2,000개, 3,000개에 달한다.

—「챕터7_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새로운 시장」중에서

실리콘밸리 모델의 확산은 결국 할리우드 영화·드라마업계가 아래에서부터 폭발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 할리우드 작가조합은 AI를 대본 작성에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자신들이 만든 대본을 AI 훈련에 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며, 배우조합은 작품 생성형 AI를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점을 제시할 것, 생성형 AI를 통한 복제물을 작품에 사용할 때 사용량에 비례한 정당한 노동권을 보장할 것 등을 주장했다.

—「챕터8_끝나지 않은 싸움」중에서

‘코끼리들이 땅을 터벅터벅 걸을 때 개미들은 혼비백산한다’. (…) 우리는 디지털 제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그들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외교적 안목을 갖추되, 그 변덕스러운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사업은 결코 영속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에필로그_무서운 기술 질주의 종착점은 어디인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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